퀘스트 1
“상태창”
눈 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 복잡한 숫자들 사이로 ‘퀘스트 완료’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오늘 일퀘는 벌써 끝인가, 예전에는 주민센터라고 불렸던 길드 사무소에서 퀘스트를 받은지 두 시간 만이다. 평소라면 대여섯 시간은 걸렸을 터인데 아무래도 운이 좋았다.
아무 의미도 없는 담장을 140041번째 색칠하기,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도장 받아오기 따위의 일들과 다르게, 오늘은 오랜만에 ‘진짜 퀘스트’가 배정된 덕분이리라. ‘식물 잎 20종류 구하기’라, ‘직장인’ 가족들만 다닌다는 ‘학교’ 준비물이라고 했던가.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져버린 지도 어언 10년, 전국민적인 실업급여는 기본소득으로 일일 퀘스트로 이름을 바꾸어 가며 그 형태도 조금씩 변해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격언에 맞게 일도 안하고 보급되는 포도당 가루 링거만 한달 내내 맞으며 가상현실에서 빈둥대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대부분은 싸구려 배양육이라도 먹기 위해 ‘일일 퀘스트’ 정도는 하는 편이었다.
먹거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좁디좁은 기본주택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기가 힘들다 보니 ‘공원 사용 회원권’이나 ‘기본주택 창문 사용권’ 등을 가지려고 열심히 퀘스트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일 년 정도만 꾸준히 일퀘를 깨면 잠겨 있는 창문 앞 블라인드를 해제해 한강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표준적인 기본주택은 한강변에 지어지며, 1인가구는 폭 1m 너비 2m 높이 1m의 원룸이 주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드 하우스, 퀘스트 완료 보고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지부장이 갑자기 부른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네만, 일 하나 해보지 않겠나?”
갑자기 생긴, 1차 전직 퀘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