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 Search Menu Expand Document

[총통각하] 총통 각하께서 알고계셔

shortstory chongtong

“대장 동지! 곧 대장동에 도착합니다!”

“되지도 않는 농담 그만하게, 대장동 백작.”

“아니, 그게.. 아무리 그래도 자네가 대장으로 진급한 이상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도 되는가 싶어서 말일세. 우리 가문의 영지에 초대한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우리 사이에 뭘, 판교 후작이신 자네 부친께서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 자리도 없었을건데…”

“우리 아버지가 한 거라곤 자네 아버.. 아니 총통 각하의 차명재산 관리나 총알받이 정도인 것을… 솔직히 하신 일에 비하면, 평등당 후작 당원 작위만 해도 차고 넘친다네.”

또 오바하는구만 혀를 끌끌 차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문 젊은 후계자는, 마지막이라는 듯이 주위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권력이란 비정한 것일까, 그의 아버지 - 위대하신 총통 각하 - 께서는 당신의 아들마저도 견제하시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습적으로 그의 임지 - 신남한산성 - 주둔 부대를 공중분해시키고, 그 혼자만 진급시켜 저 먼 최전방으로 보낼 이유가 없었다.

우면-청계산을 따라 건설된 신남한산성은, ‘국립공원공단 특별사법무장경찰대’, 즉 친위대로 이관되었다. 그의 충실한 부하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사라졌다. 그의 생일이라고 부하들이 ‘차기 총통 동지 만세’를 외치며 산성의 레일건들로 예포를 쏜 지 삼 일 만이었다.

최전방이라고 해 봐야, 이웃 나라와 서로 체제 유지를 위해 한달에 한두 번씩 승패를 정해 놓고 병력을 조금씩 던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아마도, 별 일이 없는 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는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 할 것이다.

아버지 총통 각하께서 내려주시는 명단을 받아, 발령 오는 장교들을 명단에 맞게 ‘지게 되어 있는’ 전장과 ‘이기게 되어 있는’ 전장으로 투입하는 ‘감별사’ 겸 ‘비공식 사형집행인’으로서 여생을 살아가기엔, 그는 아직 너무 젊었다.

“어이, 곽 백작. 자네 아버지 아직 ‘그 일’ 하시나?”

“아마도. 근데 자네 설마…”

“아냐, 그런거. 내가 아무리 나사가 하나 빠져있대도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지, 하며 검은 방탄 세단은 국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갔다. 담배 연기 뱉는 소리 외에는 온통 정적, 시야에 차 한 대, 새 한 마리도 없는 조용하고 쌀쌀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