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총통 각하께서는 강남 아파트를 주신다네
“전국민이 강남 아파트에서 살게 하겠다”
아직 총통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내걸었던 공약대로, 인구의 대부분이 강남 아파트에 살게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1차로는 경기도 전체를 강남구에 편입시켰고, 2차로는 청계산 부근에 용적률이 5000%에 가까운 초고층 초대형 아파트들을 지어 공급했는데, 덕분에 몇몇 대도시와 ‘강남구’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무인지대가 되어버렸다.
판교정도 크기의 이 아파트촌은 가구당 41m²(2인기준)정도의 면적으로, 일부 동은 가스 대신 아궁이를 쓰기도 했지만 수도와 전기는 제한된 양이나마 모두에게 배급되었다.
예산 문제로 동마다 거주 환경이 많이 다르긴 했지만, ‘평등정신’이 충만한 사람일수록 운이 좋은지 그나마 살만한 환경에 당첨되어 살 수 있었다.
아마 우연의 일치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당의 눈 밖에 난 자들은 희한하게 운이 좋지 않았고, 무작위 추첨 결과 최악의 거주환경으로 내몰렸다.
1층의 공동 우물을 사용해야 하는 건 기본이요, 자기가 쓸 전기는 자전거형 발전기로 매일 충전해야 된다거나, 난방을 위해서 3키로미터 이상 걸어가 땔감을 사와야 하는 등 ‘조금 덜 평등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기계신체 이식에 손을 댄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테다. 무상-공공 진료를 받기 위해 1년씩 기다리고,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또 몇달씩 기다리기엔 당장의 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어, 마침 기계뇌 실험 의뢰가 들어와 있었거든.”
이제는 높은 장벽으로 둘러쳐져 출입증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구-강남에서야 정식 승인받은 안정성 높은 부품들이 사용되겠지만, 신-강남에서도 하층민들이 모인 이곳의 부품이란건 뻔했다.
암시장을 통해 나와 마개조되고 복제된 부품이거나, 알파 버전의 무허가 임상 실험용 부품이거나.
“자네는 내가 알기론 아마 최초의 기계뇌 이식자일걸세. 내가 자네를 살리는데 쓴 부품은 꽤나 비싸긴 하지만, 자네가 실험체로서 한 십년정도만 일하면 다 갚을 수 있을걸세.”
이미 머리가 으깨진 사람에게는 불완전하더라도 작동하는 부품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던 살 반죽보다는 더 필요한 법이지 합리화하며, ‘박사’는 수술대에 묶인 부랑아의 이름으로 된 차용증을 서랍에 넣었다.
이미 성공한 실험체를 넘기는 것만으로 ‘박사’에게 떨어지는 돈은 ‘수술비’에 비해 차고 넘치지만, 어차피 몇 년 뒤에 죽을 실험체 몫의 월급 유류분이라도 챙기는 알뜰한 사람이었다.
침대에 묶여 발버둥침으로서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는 버릇없는 녀석을 두고, ‘박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발주받은 실험체 두 기를 더 구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박사’는 1호 실험체가 당한 둔기 트랩을 다시 설치해 놓고, 혹시 도움이 필요한, 필요해질 사람이 있을까, 다시 으슥한 밤거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