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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각하] 아버지 총통 각하를 사랑해요

shortstory chongtong

인공 자궁이 개발된 지도 어언 50년, 이제는 부모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는 총통 각하의 훈시대로 유전정보 평등을 이루기 위해 사적 임신은 금지되었으며, 가임기에 들어선 모든 사람은 그 즉시 생식세포의 DNA를 스캔하고 불임 시술을 받아야 했다.

채취된 생식세포 DNA는 중앙생식청에 보관되었다가, 채취자의 평등점수가 상위 5%에 들면 ‘모범평등자 재생산 유전자 풀’에 등록된다. 1월 말쯤 유전자 풀이 선정되면 당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맞추어 수십만 개의 인공 자궁이 1월 1일 ‘출산’을 목표로 임신에 들어간다.

명목상 이들의 부모는 총통 내외로,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간 명목상의 부모도, 생물학적인 부모도 한 번 보지 못한 채 공무원들의 손에 키워진다. 평등한 성장을 위해 육아공무원들은 매달 순환 보직을 실시하므로, 성장 과정에서 남는 건 길러 주신 총통 각하께 대한 감사 뿐이었다.

따라서 민주적인 선거가 제대로 작동해도 총통이 항상 연임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좀 더 많이 평등’한 고위 당원들이 집에서 기른 친자식들이 ‘평등하다 못해 개성조차 없는’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표를 받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