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총통 각하께서 떠나신 세상
Aug 30, 21 shortstory chongtong
2022년부터 시작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총통의 시대는 그의 갑작스런 서거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찢어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강철의 총통도 세월은 이기지 못하는지, 매년 찾아오는 유행성 코로나에 픽 하고 쓰러져버렸다. 일설에 따르면 그가 죽기 전 날 밤, 후계를 묻는 질문에 그는 유언으로 ‘가장 뻔뻔한 자에게’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총통의 아들은 정권 이양을 위해 커리어를 쌓느라 전방에 나가 있었고, 전방은 가벼운 코로나에 걸렸다고 병문안을 오기에는 너무 멀었다. 총통의 아들이 서울 근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친위대가 장악한 높디높은 마용성 성벽의 레일건 주포가 그를 반겨주고 있었다.
친위대는 친위대장인 곰 사와디캅을 ‘가장 뻔뻔한 사람’이자 ‘서기장’으로 추대했는데, 곰은 귀화한 태국인의 후예였다. 의심이 많았던 총통은 계파에 관계없이 자신에게만 충성할 수 있도록 친위대를 이민자 계열로 채웠는데, 한韓민족 순혈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군과는 항상 대립각을 세우던 차에 총통이 급사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총통의 아들을 ‘대원수’로 추대한 이상 선수를 치지 않으면 숙청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서울 근교의 군사적 대치로 인해 한반도 남부지방에 중앙권력이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자, 민주주의 해방운동전선의 노 아무개 대령은 선친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부산 방어 사령부를 회유하고 부산에서 제8공화국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