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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어쩌면 가장 솔직한 세대일수도?

essay 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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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 타인을 도울 것이다”라는 질문에 약 75%정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한달 사이 모르는 사람을 도운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29%의 사람들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자는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 후자는 CAF의 World Giving Index 2021의 결과로, 각 1200명, 1000명(한국 한정)의 표본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이다.

“최근 한달 사이 모르는 사람을 도운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비율을 보면, 한국의 29%는 114개국중 뒤에서 3번째로, 미국(54등, 58%), 중국(80등, 49%)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조금 비약하자면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눈다던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최근 한달 동안 남을 도운 적이 없는 것이다.

20대 남성의 응답이 다른 집단과 특별히 이질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20대 개새끼”라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연구진도 추후 발표한 설명에서 “이에 대한 어떤 의미부여도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기사는 연구진의 이러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20대 남성이 이기적이라는 부정적인 논조를 숨기지 않는다.

「청년 남성들이 보여주는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인할 수 없는 돌출 지점이다. 좀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이들은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10대 시기에 무엇을 보고 느껴왔는가. 10대 남성이 각자도생의 경쟁사회만을 체득할 때 어떤 인식이 만들어지는가. 이들에게 성인지 교육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가. 같은 사회의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같은 연령대의 여성과는 왜 이토록 다른가.」

20대 남성은 “각자도생의 경쟁사회만을 체득”한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이어지는 “파란색” 도표는 공정을 외치는 청년(남녀 합쳐서)의 모순을 이야기하며 “빨간색” 도표로 청년들의 좌절을 표현한다. 바로 전 편에서 청년 남성과 여성을 나눠 청년 남성이 생각하는 ‘공정’에 대해 부각시켜 비판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기회가 되면”에 대해 -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 논하는 분도 있고, 이대남의 결핍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무리한 해석을 하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정해 놓고 짜맞춘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하다. 이런 식이면 같은 결과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어 20대 남성을 띄워주는 기사를 쓸 수도 있다.

주어진 자료만 가지고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20-34보다 50대가 Moderate한 응답을 선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젊을수록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세대별로 설문조사에 응하는 태도에 차이를 보인다” 정도의 해석을 하면 매우 그럴듯해 - 변인도 통제되지 않았고, 저런 결론을 내려고 설계한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어쨌든 - 보인다.

그럴듯한 가설이 준비되면, 여기에 WGI 2021 자료를 가져와 양념을 친다. “지난 한달동안 모르는 사람을 도왔다고 응답한 사람은 29%밖에 안된대요”라는 사실을 섞으면, “50대 > 청년 여성 > 청년 남성 순으로 위선적이래요”라는 밑도끝도 없는 해석을 은근슬쩍 암시하면서, “의사상자는 주로 남성(528명, 95%), 나이는 21˜30세(146명, 26.3%)”이라는 2009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도표로 만들어 가져다 붙이면,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Inspired By : Ziho Park / Image Source : KBS, 박한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