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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수박

essay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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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갔다가 노란 수박이 있길래 궁금해서 사봤는데, 보통 수박이랑 맛이 똑같다. 마치 처음으로 맛본 밀면에서 느꼈던 냉면의 익숙한 맛처럼… 그래도 냉장고에 넣었다가 소금 솔솔 뿌려 먹었더니 시원하고 맛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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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쓴맛이 나는 야생 수박이 살짝 단맛이 나는 하얀 수박이 되었고, 여기서 단맛이 더 늘어나 지금 먹는 수박과 같이 된 것이 노란색-빨간색 수박이라고 한다. 노란색 수박에서 당도가 늘어나고, 자연에 대한 저항력이 늘어나 지금의 수박이 되었다는 내용의 <사진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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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년 전 이집트에서도 이미 수박을 과일로 먹고 있었는데, 3500년 전 미라와 같이 나온 수박잎을 분석해보니 그때도 이미 빨간 수박을 먹고 있었다고. 하지만 <사진 3>의 17세기 그림에서 보듯 우리가 아는 수박과는 모양새가 달랐는데, <사진 4>의 20세기 초 그림 속 수박은 우리가 먹는 수박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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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무등산에서 나는 무등산 수박은 20kg에 20만원이나 할 정도로 크고 비싼데,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수라상에까지 올라가던 귀한 과일이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들어온 품종이 변화없이 지금껏 이어져 온 무등산 수박과 대조적으로, 끊임없는 종자 개량의 산물인 마트 수박이 훨씬 당도가 높다. 문득, - 비록 자연 선택에 의한 건 아니지만 - Red Queen Hypothesis가 떠오른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사진 2. Guo, S., Zhao, S., Sun, H. et al. Resequencing of 414 cultivated and wild watermelon accessions identifies selection for fruit quality traits. Nat Genet 51, 1616–1623 (2019).

사진 3. Giovanni Stanchi Dei Fiori. Detail of the painting “Watermelons, peaches, pears and other fruit in a landscape”

사진 4. Boris Kustodiev. Detail of the painting “Merchant’s Wife at Tea”

사진 5.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드세요”, 뉴시스, 2018년 8월 28일